[벗님_단편] 화냄
"혼구녕이 나야하는겨, 하늘이 무서운 줄 알아야지, 천벌을 받을 것이여!"
주름이 가득한 노인의 얼굴엔 노기가 잔뜩 서려있었다. 눈빛이 매섭다.
"막되먹는 녀석,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인지.."
"어르신, 말씀이 지나치.."
언성을 높이며 노인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여! 이 무슨 지랄맞았다고..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여, 어디 나를 속이려구.."
"어르신, 조금 진정하시고.."
"진정? 진정하고 자빠졌네. 어디 할짓이 없어서 이 노인네를 속이려 드는겨?
네가 헛살았는 줄 알어!"
노인을 말릴 수는 없었다. 노인의 언성이 높아질수록, 주위의 시선이 점점 집중되고 있었다.
그는 참을 수 없었는지, 검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자, 그와 동시에 시커먼 녀석들이 노인의 앞에
나타나서는 노인의 고개를 뒤로 잡아끌고, 다른 녀석들은 팔다리를 붙잡고 뒤로 옮기기 시작했다.
노인은 허공에서 버둥거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녀석들은 한적한 공터에 다다르자, 노인을 내동댕이치고는 툭툭 먼지를 털며 사라져갔다.
온몸이 쑤신다.
빌어먹을 녀석 하나가 나타나더니, 이런 일개 노인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쓸모없는 쓰레기를 처리하듯 그렇게 멀리 눈에 보이지 않은 곳으로 치워버린 것과 다름없었다.
현실은 노인의 삶에 견디기 버거운 피곤함을 가득 떠안겨주고 있었다.
바름을 이야기함이 역성으로 변하고,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풀어가던 것도 어느새 화로 변해버렸다.
통하지 않은 대화, 꽉막힌 녀석의 고칠 수 없는 고집불통을 어찌해야하나 노인의 고심은 깊기만 했다.
불편한 다리를 추스리며, 노인은 다시금 그 녀석이 있는 골목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쩌겠는가,
녀석을 바로잡으며 호되게 혼줄낼 수 있는 이는 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 노인네 밖에 없는 것을.
"빌어먹을, 어디서 저런 못난 녀석이 나타나서는.."
'결과 보고! - 글 > by 벗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제 9주. 시험 (1) | 2008/08/11 |
|---|---|
| 제 12주 : 화냄 (3) | 2008/06/10 |
| 제 6주 : 피 (5) | 2008/04/20 |
| 제 5주 : 춤 (3) | 2008/04/13 |
| 제 2주 : 어른 (12) | 2008/04/09 |
| 제 3주 : 거울 (6) | 2008/04/07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사랑하는 손자 일까요 아니면 아시는 분..
내용이 그리 길지 않지만서도 여러 궁금증을 유발하고 그 궁금증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시나리오의 한 부분을 절취하여 적제적소에 배치 한듯한 깔끔한 처리도^^ 우왕 ㅋ 굳입니다.
역시 벗님의 글~
뭔가 앞뒤의 사정이 막막 궁금해지는 글이에요 ^^;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요?
오랜만에 벗님 글을 읽게 되니 정말 반갑네요. 감사합니다. :)
전후의 이야기가 정말 궁금하네요.
특히나, 그는 누구인지, 녀석들은 어떤 사람들인지-